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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냥이 일기 – 디냥이가 처음 찍어 준 가족사진
2025.06.10 / ,

디냥이가 처음 찍어 준 가족사진

이번 평창 여행에서 히댕이가 처음으로 자기 휴대폰을 가져갔다. 할머니한테 여행지에서 전화한다며 가져간 건데 가져간 김에 꺼내서 이것저것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본 동생 디냥이도 내 휴대폰을 들고 와 자기도 사진을 찍겠다며 동동거렸다.

카메라 앱을 켜주고 하얀 동그라미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고 알려주었더니, 곧 진지한 표정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따라가며 버튼을 누르고, 옆을 지나가는 나비를 따라 또 버튼을 눌렀다.
자기 신발도 신기했는지 계속 찍었고, 얼굴과 너무 가까운 곳을 찍어 피부만 가득한 사진도 수없이 남겼다.

물론 아직 피사체를 제대로 포착할 정도로 빠르진 않아서, 배추흰나비를 찍은 사진에는 풀만 있었고, 지나가는 차는 흐릿해 차라고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 진지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러다 아주 예쁜 노란 꽃도 찍고, 파란 하늘도 찍었다.

‘아 내가 보는 예쁜 풍경을 너도 보고 있었구나.’

그러고는 아직 서툰 말로, 의자에 3개 놓여 있다고 아빠랑 나랑 형이 각각 앉으라고 손짓과 발짓을 섞어가며 자리를 지정해 줬다.

그리고 한참 카메라를 들여다보더니, 이내 관심은 옆을 지나가는 개미로 옮겨갔다.

여행 후 휴대폰의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디냥이가 처음 찍어 준 가족사진 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사진 중에 10장이 채 안 되는 가족사진 속에는 예쁘게 자세를 잡은 가족의 모습도 있었고, 사진을 찍겠다고 디냥이 쪽으로 걸어가는 히댕이도 담겨 있었다.

그중 한 장의 사진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디냥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기고미와 히댕이가 찍은 사진을 보는 히댕이와 내 모습. 그리고 화면 구석에 초점 나간 디냥이 주먹이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응, 이거 4명이 다 나온 사진이네. 가족사진이네.”

그것도 막내가 처음 찍어준 가족사진이었다. 아직 꼬마인 막내가, 우리 가족을 그렇게 잘 보고 있었다.

물론… 그 뒤로도 카메라를 계속 들고 다니겠다고 우기며, 여행의 엔딩은 잔소리와 울음으로 마무리됐지만~

그날 찍힌 사진은 모두 NAS 갤러리로 옮겨 소중히 저장해 두었다.

언젠가 초점 나간 사진들을 보며 웃을 날이 오겠지?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후, 예전에 히댕이가 쓰던 꼬마 사진기를 꺼내주었다.

다음 날 아침, 신이 난 디냥이는 어린이집에 그 사진기를 들고 갔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올까?


일기: https://pixiclue.com/live/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