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선거 당일 날에는 아이들을 키우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회사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 사전 선거를 하고 왔다. 매번 여느 선거 때와 같이 인증 도장도 손등에 콕 찍고.
집에 왔더니 손등에 찍힌 빨간 인증 도장 흔적을 신기해하며 보는 히댕이.
응 이건 사전 선거한 거야.
사전 선거?
응 대통령 선거를 미리 한 거지. 엄마가 당일엔 너희랑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깐~
대통령 선거가 뭐야? 손에 도장 찍는 거야?
응!? 오늘은 여기서부터 시작인 건가?
대통령 선거는 말이지~~~
우리나라 대빵을 뽑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거지.
아~~ 대빵으로 뽑고 싶은 사람을 손등에 찍어?
압!! 잠시만….!!
응. 그래 오늘도 내가 잘 못 표현했어. 언어적 재능이 0인 나로선 흔히 있는 일이지.
이럴 땐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열고~ 검색 검색!
사전 선거 기간이라서 수많은 투표 인증 사진 중에서 최대한 중립적이고 잘 보이는 투표용지를 찾아서 히댕이에게 보여주었다.
이 종이에 적힌 사람들 이름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도장을 찍는 거지.
이 모양 도장을 찍어서 투표용지 모아 두는 통에 넣는 거야.
아~ 그리고 손등에도 찍고?
아니, 아니~ 손등은 기분 내려고 찍었어. 종이에만 찍으면 돼.
그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빵이 돼?
아니, 투표한 사람들의 표를 모아서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거야.
“그럼 장난치는 사람을 뽑으면 어떻게 해?”
아???
장난치는 사람…. 그렇지… 장난치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되는 거지…
맞아. 그런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는 거야.
하지만 사람마다 표는 1표라서 여러 사람들이 장난치지 않는 사람을 뽑아줘야 해.
응. 마저. 아이들도 아는… 장난치지 않는 사람을 뽑아줘야 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거였어. 오늘은 히댕이 덕분에 하나를 배웠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 버린 히댕이 녀석.
정말 아주 조금 되새김의 시간도 못 참아주고 바닥에 장난감 떨어뜨리는 녀석~~~~ 거기 떨어뜨리면 마루 패여!!!!
투표한 지 꽤 시간이 지나 조금 뭉쳐 버린 손등 위 도장. 정말 작은 그 도장. 딱 1개의 작은 도장. 그게 모이면… 장난치지 않는 좋은 사람이 우리 꼬마들이 겪을 불합리한 일 중 하나 정도는 줄여주지 않을까… 젊을 땐 이런 생각 안 했는데 말이지…
그래서… 히댕아 대통령 선거는 이제 뭔지 알겠어?
“응 도장을 종이랑 손등에 찍는 거야!”
아니, 아니 잠시만!!!